몸에 대하여

 몸의 흉터:

 몸에는 여러 형태의 흉터가 존재한다. 때때로 흉터에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기억과 감정이 압축되어 있는 듯 하여 나는 흉터를 단순한 몸의 흠집이 아닌 자기주장을 가진 일종의 언어로 받아들였다. 어떠한 기억과 감정들은 흉터의 형식으로서 물리적으로 재현되어 사람의 몸을 피와 뼈와 살과 내장의 덩어리가 아닌 바로 ‘그 사람의 몸’으로 있게끔 하는 서사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생각을 작업에 밀착시켜 비물질적 공간에서 발현되는 이미지와 흉터의 언어를 결합하고 재현하는 방식으로 몸을 이해해보려 했다.

살가죽:

 1900년대 초, 일본의 병리학자 후쿠시 마사이치(福士 政一, 1878–1956)는 문신이 있는 사람들의 살가죽을 수집하였다. 그는 문신이 있는 사람이 죽은 후 기증받은 피부를 평평하게 핀으로 고정하여 글리세린과 포르말린으로 방부처리하고 유리 상자에 보관하였다. 후쿠시 박사의 연구는 문신이 매독 재발을 억제한다는 효과를 밝히는 데 그 목적이 있었지만, 그는 문신 자체의 아름다움에 또한 매료되었던 듯 하다.

초기 작업에서 나는 흉터가 기억에 대한 물리적 재현이라는 것과 그것이 가진 언어를 해석하는데 집중하였다. 그러나 후쿠시 박사의 연구 기록에 영향을 받은 후에는 전개된 살가죽처럼 보여지게끔 재단한 캔버스와 흉터-이미지인 문신의 이미지 구성방식을 사용하면서 살가죽이 본연의 형태로서 가진 예술적인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하였다.

(몸의 파편이 묻어있는) 바늘들:

 그림에 사용한 바늘들은 내가 타인 혹은 내 자신에게 해 온 문신 작업에서 이미 사용된 것들로 몸의 파편, 즉 피가 묻어있다. 프레임을 따라 이어붙여지거나, 가시처럼 덕지덕지 붙어있거나, 혹은 곡선의 형태로 캔버스에 붙어있는 바늘들은 피의 역할을 이용하여 살가죽처럼 재단된 캔버스, 살가죽 사이로 드러난 뼈처럼 보여지는 캔버스 틀, 내장처럼 퍼질러진 이미지들과 함께 작업으로 하여금 스스로 유기(체)적인 서사를 형성하게 하는데 합류한다. 

 작업들(2017-)을 통해 나는 ‘몸’에 접근한다. 나에게 몸은 파편화되고 불온전한 나의 감정과 기억들에 질서와 형태를 부여해주는 그릇이며, 그를 대하는 나의 작업은 보다 성숙하고 아름다운 도자기를 빚으려는 일과도 같다.


가라앉는 죽음

여서-일곱살 즈음, 해부학자이신 아버지를 따라 해부학 연구실에 간 적이 있다. 그 곳에는 실제 사람의 해골이 옷걸이에 걸린 옷처럼 진열되어 있었다. 아버지는 나를 그 곳에 혼자 둔 채 잠시 자리를 비우셨는데, 해골의 생김새보다 그것이 내뿜는 깊은 정적이 나를 더욱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 해골의 침묵은 나에게 처음 다가온 죽음의 이미지였다. 

삶은 언제나 죽음과 함께 있다. 인간의 생과 사를 다루는 일을 하시는 부모님을 보고 자란 것, 그리고 어린 시절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일 등으로 인해 나는 죽음과 나름의 친밀한 관계를 쌓아온 것 같다. 처음부터 죽음이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는지 아니면 내가 먼저 죽음에게로 시선을 돌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 작업에서 나는 관을 연상시키는 액자 프레임과 문신용 스테인리스 바늘 등을 이용하여 필연적으로 소멸되어가는 유기체로서의 인간을 다루었다. 이번에는 인간의 죽음 그 자체를 다룸으로서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이승 너머 세계의 풍경을 재현해보려고 했다. 풍경 속 각각의 인물들은 마치 영혼처럼 부유하며 그 공간-이미지 안에 고립되어 있다. 그와 함께하는 동물들은 떠도는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사자(死者)다. 부유하는 영혼의 그 존재가 얇고 가벼운 탓에 프레임 밖으로 날아가려다가, 프레임을 둘러싸고 있는 무거운 금속 장식물에 의해 저지되어 겨우 그 부유를 멈춘다. 

나는 이번 작업에서 ‘가라앉는 죽음’을 다루었지만, 그를 통해 오히려 ‘치열하게 살아남기’와 ‘올바르게 살아가기’에 초점을 맞추고 그 역설을 나타내고자 했다. 그러나 화면 속의 인물들은 오히려 죽음을 ‘회피’ 하듯이 동물의 시선과 행동 방향의 반대쪽으로 몸을 돌리고 있다. 그 회피는 적극적이고 명확하지 않으며, 몸은 반대로 돌렸지만, 고개는 동물을 향한다거나, 동물과 시선은 반대로 하지만 신체는 접촉하고 있거나, 신체는 떨어져 있지만 방향은 아직 완전히 틀지 못하여, 죽음에 대한 회피를 머뭇거리고 있다.1

 1 이민훈, 『가라앉는 몸을 되돌리기』, 오시영 개인전 <흙이 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평론, 2021, 3p 5 

The Sinking Death

Around the age of seven, I followed my father who was an anatomist to his laboratory. There was a real human skeleton displayed like a shirt hung on a hanger. My father left me alone there for a short period of time, and I recall that the deep silence made me more frightened than the skeleton itself. When I think of death it reminds me of that time. The silence of the skeleton was the image of death that first came to me.

Life is always alongside death. I have continued an intimate relationship with death due to the work of my parents dealing with human life and death, and my childhood accident. I am not sure whether Death watched me from the beginning or if I was the one who turned towards it. 

In my previous work, I dealt with humans as organisms that inevitably decompose using a coffin-shaped frame and stainless tattoo needles. This time, by dealing with human death itself, I tried to recreate the landscape of the world beyond this world, which cannot be visually identified. Each figure in the landscape floats and wanders like a soul and is isolated in that specific image. The animals that appear alongside resemble the spirits who lead the wandering soul to the netherworld. The existence of a floating soul is thin and light. When it tries to leave the frame only then is it blocked by the surrounding heavy metal. 

I dealt with "sinking death" in this work, but through it I wanted to focus more on "surviving" and "living properly" while highlighting this paradox. However the images of the figures seem to be “avoiding” death, often turning their bodies opposite to the gaze of the animals. The avoidance is unclear yet active. For example, the body is turned opposite from the head which faces the animal, the head is turned away even while the body is in contact with the animal, or when the body is out of contact the direction remains completely unreversed and the body hesitates to avoid death.1

 1 Lee Min-hoon, 『Revival of a Sinking Body』, Oh Si Young solo exhibition <The Soil Sinks into the Water> Review, 2021, 3p 5